즐겁고 쉽게 앱으로 공부...물론 무료 배포

[경향신문, 2017.09.05.(화), 사회/일반]

ㆍ교육용 앱 30개 개발 나훈희 용마초 교사

증강현실, 홀로그램 등 기능을 갖춘 앱을 개발해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는 나훈희 교사가 지난달 31일

서울 정동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. 김창길 기자 cut@kyugnhyang.com

“초등학생을 위한 ‘교육용 앱’은 많지만, 이들 대부분이 공지사항 전달, 알림장과 같은 ‘관리형 기능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. 실제 수업에서 ‘교구’로 활용할 수 있는 앱은 없었죠. 그게 아쉬웠습니다.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한 거죠.”

나훈희 서울 용마초등학교 교사(31)는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(앱)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. 아이들은 나 교사의 설명에 따라 앱을 실행한다. 2인1조로 머리를 맞대가며 고사리 같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인다. 증강현실로 구현된 화면 속 도형은 아이들의 손짓에 따라 여러 형태로 바뀌고, 분해되며 아이들의 공간 감각을 자극한다. 수학시간뿐만 아니라 과학, 미술시간에도 이런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.

나 교사는 2014년 2월 첫 번째 개발한 앱인 ‘겹쳐진 선 색깔로 구분하기’ 이후 지금까지 30개 가까이 교육용 앱을 출시했다.

전날에도 앱을 개발하느라 새벽에 겨우 잠들었다는 나 교사를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. “어제(30일) 출시한 ‘3D 쌓기나무 끝판왕’의 오류를 잡느라 밤새 고생했네요. 그래도 이 앱으로 5·6학년의 수학 교과과정 중 도형부분은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진행할 수 있게 돼 무척 뿌듯합니다. 이 맛에 앱 개발을 못 끊겠어요.(웃음)” 그는 ‘3D 쌓기나무 끝판왕’을 초등 6학년 정육각형 나무의 수를 파악하는 수업시간에 활용할 생각이다. 이 앱은 다양한 모양으로 쌓아진 나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.

나 교사는 교대에서 컴퓨터 교육을 전공했지만, 프로그래밍을 다룰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다고 했다. “학부에서 배운 건 아이들 교육에 컴퓨터를 응용하는 방법 정도의 기초 소양이었죠. 2013년부터 중고서적을 사 가며 앱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했어요. 첫 앱은 4개월을 매달린 끝에 겨우 만들 수 있었죠. 그것도 지금 보면 참 볼품없긴 하지만요.”

나 교사는 개발하고 싶은 앱이 생기면 퇴근해서도,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도 계속 책을 놓지 않았다. 책을 보다 막히면 인터넷을 뒤져가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. 그렇게 5년 가까이 앱 개발에 몰두하다 보니, 지금은 3D를 비롯한 증강현실, 홀로그램 등의 기능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됐다.

앱을 써본 사람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. “사실 처음 아이들에게 앱을 보여줬을 땐 반응이 시큰둥했어요. 하지만 요즘 개발한 앱들은 집에 가서도 들여다볼 만큼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. 동료 선생님들도 수업에서 제 앱을 교구로 활용한다고 해요. 그래서인지 요즘 출시한 앱들은 2만~3만 정도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. 교과과정과 연관된 교육용 앱 중에선 꽤 높은 수준입니다.”

좋은 의도로 앱을 개발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.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이 대표적이다. 나 교사는 “앱을 개발하는 노력만큼이나 수업방식에도 고민이 많았다”라면서 “그래서,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2인1조로 팀을 만들고, 수업도 팀별 미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”고 얘기했다. 이어 “수업에서 스마트폰은 단순한 ‘교구’일 뿐,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”면서 “학부모들에게도 학기 초부터 이런 수업방식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그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”고 말했다.

나 교사의 수업에서 스마트폰은 함께 사용하는 ‘준비물’이고, 교육용 앱은 조금 효율이 좋은 ‘학습 자료’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.

그가 만든 대부분의 앱은 초등학교 교과과정 내용을 담고 있지만, 2016년 9월에 출시한 ‘하루하루 독립운동가’는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4만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. 240여명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보를 영상과 글로 볼 수 있는 이 앱은 2016년 8월에 방영된 MBC <무한도전>의 ‘도산 안창호’ 편을 보고 개발했다고 한다. 이 앱이 알려지며 나 교사는 올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98주년 3·1절 기념행사에서 만세삼창 선창자로 나서기도 했다.

“근현대사를 아는 것은 참 중요하잖아요.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립운동가를 잊고 사는 것 같았어요. 아이들한테도 이분들의 삶을 가르치고 싶었고요. ‘하루하루…’는 매일매일 한 분씩 독립운동가를 알아간다는 취지로 만든 앱입니다.”

나 교사가 만든 앱들은 구글 앱스토어에서 ‘스마트 수학’을 검색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.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‘스마트 수학’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.

“제가 만든 앱은 모두 무료로 배포하고 있어요. 아, 물론 광고는 없습니다.(웃음) 수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니까요. 그냥 아이들이 이 앱들을 통해 좀 더 즐겁고, 쉽게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.”